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는 것을 보면 너무 신기했습니다. 어른들의 지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무릎이 쑤신다던지 비 냄새가 난다던지, 달무리가 보인다던지 하면 정말 꼭 비가 내리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의 이런 기상 예측 능력이 너무 신비로웠습니다. 나이가 먹어 저도 이제 어른들처럼 말하곤 합니다. 다행히 아직 무릎이 쑤시지는 않지만 달무리를 보면 비가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경험상 우리는 알고 있는 일이 되었지만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요?
'달무리'란?
달무리는 밤에 뜬 달을 보면 달 주위에 보이는 동그란 빛의 띠를 말합니다. 아마도 한번쯤 보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달무리가 어떤 것인지 기억해 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달무리>
학교에서 배운 기초적인 물리상식, 빛의 굴절과 산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 이 달무리가 달빛이 어떤 것에 의해 굴절, 산란하고 있는 현상임을 추측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무리'는 영어로 halo라고 말합니다. 광원이 있는 곳이면 빛의 굴절에 의해 이 halo가 생기곤 합니다.
'달무리'가 생기는 원리
그렇다면 달무리는 정확히 어떤 이유로 생기는 것일까요? 무리는 아주 높이 있는 구름에 의해 생깁니다. 이 구름은 권층운이라고 하는데요. 권층운은 높이가 10km에 이릅니다. 이 권층운은 아주 옅습니다. 마치 옅은 안개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너무 옅어서 눈으로는 구름이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늘의 빛이 이 권층운을 잘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권층운은 미세한 얼음 알갱이로 되어 있습니다. 이 권층운의 얼음결정에 햇빛이나 달빛이 통과하면서 및 굴절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굴절하는 빛은 일반적으로 흰색으로 보이긴 하지만 간혹 마치 프리즘(Prizm)을 통과한 빛처럼 빛의 스펙트럼이 나눠지면서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보니 무지개나 달무리가 생기는 원리가 비슷하네요.
'달무리'가 비가 내릴 징조라는 이유
우리는 앞서 달무리가 생겼다는 것이 높은 구름인 권층운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권층운은 비를 만드는 구름은 아닙니다. 이 권층운이 비를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권층운은 저기압이나 온난전선에 앞서 생기는 구름입니다. 이 말인즉슨, 기압골이 유입되기 직전 전위대(진군할 때 적의 엄습을 경계하려고 본대보다 앞서 나가는 부대)같은 존재가 권층운입니다.
저기압이나 온난전선같은 기압골이 접근할 때 구름은 권층운이 가장 먼저 들어오고 그 다음이 고층운, 난층운 순으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구름의 종류가 달리 들어오면서 구름의 높이가 점점 낮아집니다. 물을 많이 머금은 구름이 높이가 낮아지면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렇듯 달무리는 비가 내리기 전 먼저 접근한 권층운에 의해 발생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달무리가 보인다면 앞으로 수일내 비가 내릴 구름이 접근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달무리'가 비가 내릴 징조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달무리가 보인 뒤 얼마 뒤에 비가 내릴까요? 이건 매 건별로 다르겠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달무리가 보인 뒤, 약 24~36시간 후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여러분도 이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